파롤 필리핀 크리스마스 시즌 길거리를 장식하는 이것

필리핀 사람들에게 크리스마스는 정말 중요한 명절입니다. 이곳 사람들은 크리스마스를 약 3달에나 걸쳐 정성스럽게 기념한다는 점을 지난 글에서 자세히 다뤘었지요. 해당 글은 아래 링크를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필리핀에서 겨울을 보내다 보면 자주 보게 되는 많은 장식 등이 있지요. 이것들이 무엇이고 왜 달려있는지 그동안 많이 궁금하셨을 거예요. 오늘은 크리스마스 시즌이 되면 등장해 긴 시즌 동안 필리핀 야외 곳곳을 화려하게 밝히는 아름다운 랜턴 장식 “파롤(Parol)”을 소개해볼게요!

파롤 (출처: 구글 이미지)

매 크리스마스 시즌 마다 항상 빠지지 않고 길거리를 장식하는 파롤은 필리핀 크리스마스의 상징과 같습니다. 마치 서구에서 이 날을 기념할 때 트리가 필수적인 것처럼 말이죠. 매년 9월이 되면 이 등불은 각종 가정집, 관공서 건물과 가로등 등 설치할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달리기 시작합니다. 이로써 필리핀 크리스마스 시즌이 시작됩니다. 그리고 시즌이 끝나는 다음해 1월이 되어서야 치워지는데요. 세계에서 가장 긴 크리스마스 시즌을 보내는 필리핀 답게 이 등불은 긴 기간 동안 한결같이 자리를 지키며 필리핀의 겨울 밤을 아름답게 밝혀줍니다.

파롤(Parol)이 등불이나 빛을 뜻하는 스페인어 파롤(Farol)로 부터 유래된 것을 보면 알 수 있듯, 이 랜턴은 필리핀이 스페인의 식민 통치를 받을 때부터 만들어졌습니다. 필리핀에서는 심방가비(Simbang Gabi)라 불리는 9일간의 카톨릭 자정미사가 있는데요. 이때 기도를 하거나 행렬을 이루어 퍼레이드를 할때 작은 횃불과 양초를 드는 스페인 전통이 필리핀에서 현지화 되면서 이 파롤이 등장한 것으로 추측됩니다. 퍼레이드를 할때 성경에서 나오는 요셉과 마리아를 연기하는 배우와 마을 사람들은 대나무와 한지로 만든 등을 들고 다녔는데요. 이는 예수의 탄생을 앞두고 요셉과 임신한 성모 마리아가 베들레헴에서 묵을 곳을 찾아다니는 장면을 재현한 것 입니다. 그리고 행사가 끝나면 이 등불들은 집 밖에 걸려 마을을 아름답게 꾸몄습니다. 이러한 전통은 이후 시간이 흐르면서 필리핀 크리스마스의 필수적인 요소로 자리잡았습니다.

초기에 파롤은 주로 흰 종이를 이용하여 직사각형의 단순한 모양으로 만들어졌으며 내부에는 양초나 코코넛오일을 이용해 불을 밝혔습니다. 이 조명 장식은 수작업으로 제작되었기 때문에 이후 다양한 디자인으로 제작되었으며 미국의 식민 지배를 받던 시기에 이르러 파롤은 베들레헴의 별을 상징하는 5개의 점을 가진 별의 모습으로 정착하게 됩니다. 성서에서 베들레헴의 별은 동방박사들이 예수의 탄생을 알 수 있게 했고 그들을 예수가 태어난 곳으로 인도하였지요. 오늘날 파롤의 일반적인 형태가 바로 이 별이며 현재는 더 많은 모양과 다양한 색상으로 제작되고 있습니다. 재료의 사용 폭도 넓어져 대나무, 한지로 만들어졌던 과거와 달리 오늘날엔 플라스틱이나 금속, 우리나라의 자개와 비슷한 카피즈 조개 껍질로 뼈대와 외관을 이루고 내부에 백열전구를 장착한 전기 조명 제품으로 만들어집니다.

크리스마스에서 파롤의 중요성은 아래 일화에서도 확인할 수 있는데요. 필리핀의 독립운동가 호세 리잘(Jose Rizal)은 스페인의 식민 통치에 반대한 인물로 유명합니다. 1896년 스페인 총독부로 인해 그가 민다나오의 섬 다피탄으로 유배당했을 때에도 그는 그의 가족들에게 크리스마스를 잘 보낼 수 있도록 파롤을 만들 한지를 보내달라는 편지를 보냈습니다.

이상 파롤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알고 보니 뜻 깊은 의미가 있고 이에 얽힌 재밋는 일화도 있는 물건이었군요. 저희 PHExrlora는 앞으로도 계속 필리핀에 대한 새롭고 재밌는 소식을 전해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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