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글에서 우리는 한국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들지만 필리핀에서는 가정집 안팎으로 어디서든 흔히 볼수 있는 도마뱀(하우스 게코)이란 동물에 대해 알아봤었는데요. 오늘은 한국에서도 친숙한 존재인 개와 고양이들이 필리핀에서 어떻게 살고 있는지 둘러보는 시간을 가져볼게요!







일단 밖에서 길 고양이들을 흔하게 볼 수 있다는 점은 한국과 비슷합니다. 다만 필리핀의 길 고양이들은 한국 고양이들보다 영양 상태가 많이 안좋고 체격도 왜소한 편입니다. 그 이유는 아마도 한국에서 근래에 애묘인이 늘어남에 따라 길 고양이를 이뻐하며 밥을 주는 사람들이 많은데 비해 필리핀에선 상대적으로 애묘인이 적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급여가 짜서 벌이가 시원치 않은 이 나라에선 현지인들도 먹고 살기 힘든 상황이다보니 자신이 아닌 다른 동물들에게 신경 쓸 여유가 없어 보이기도 하고요. 한국에서와 달리 필리핀 길거리에서는 길고양이를 이뻐하는 사람들도 밥을 챙겨주는 사람들도 보기 힘들며 대부분의 사람들은 고양이들에게 꽤나 무관심한 편입니다. 그래서 길 여기저기서 피골이 상접한 채 굶주린 필리핀 고양이들이 보일때 면 마음이 많이 안좋아집니다. 게다가 계속되는 무더운 날씨에서 항상 바깥 생활을 하다보니 고양이들의 움직임은 굼뜨며 그들의 모습은 힘이 없어 보이는데요. 햇빛이 뜨거운 낮 시간에 길 고양이들은 그늘 아래에 항상 몸을 숨기기 바쁘며 한번 자리 잡으면 잘 움직이지도 않습니다.




유독 더위가 더욱 기승을 부리는 4월에 길 고양이들은 다들 더위를 먹었는지 좀처럼 걷지 않습니다. 그들은 밤낮 할 것 없이 종일 몸 누울 곳을 찾아다니며 대부분 이렇게 힘 없는 얼굴에 축 처져 있는 모습입니다…

이렇게 많이 가혹한 환경 속에서도 길 고양이들은 살아남기 위해 분투합니다. 때로는 사람에게 의지하면서 라도요. 호텔 입구 앞에서 자주 보이는 이 얼룩 고양이는 어느 고양이들 처럼 더운 주간 시간에는 호텔 밖 그늘을 전전하는 한편 시원한 에어콘 바람이 나오는 호텔 문 앞이 맘에 드는지 그곳에 편하게 자리 잡은 모습을 우리는 자주 볼 수 있습니다. 또한 야외 식당에서 밥을 먹고 있으면 간드러지는 야옹 소리와 애교를 부리며 사람들에게 음식을 요청하는 길 고양이들도 적지 않습니다.





필리핀의 길거리에선 주인이 없는 개들도 많이 볼 수 있는데요. 한국에선 개들이 길에 나와 있으면 사람들이 주인을 찾아주거나 보호소에 데려가니 길에서 개들을 보기 힘들지만 필리핀에선 그런 건 없어 보입니다. 그래서 인지 이곳에선 떠돌이 강아지를 길 고양이만큼이나 흔히 볼 수 있지요. 길 고양이에게 그러하듯 이곳 사람들은 개들에게도 매우 무심해보입니다.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길바닥 한가운데서 보란 듯이 잘 자는 강아지들을 많이 볼 수 있는데요. 이렇게 겁 없이 아무대서나 자는 강아지들을 보면 한국 사람 입장에선 놀랍습니다. 제 생각에 이곳 개들이 이렇게 용감한 이유는 사람들이 떠돌이 동물을 특별히 이뻐하지도 않지만 또 나쁜 마음을 먹고 해코지하지도 않아서 라고 생각합니다. 사람들이 이곳 개들에게 보이는 반응은 관심도 혐오도 아닌 철저한 무관심으로 투명 강아지 취급입니다. 또한 길에서 사는 강아지들도 이 점을 잘 알아서 인지 사람들에게 딱히 애정을 갈구하지도 않습니다. 제가 본 길거리의 개들은 대부분 무뚝뚝한 표정을 지으며 사람들에게 거의 관심이 없습니다. 어쩌다 누군가 이뻐하며 쓰담아 주더라도 개들에게 그 일이 익숙하지 않은 탓인지 기분이 좋더라도 사람들에게 그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습니다. 이때 그들은 쑥스럼을 타며 아무렇지 않은 척 하지만 자신을 이뻐해준 사람의 주변을 계속 맴돌며 이쁨을 더 받고 싶어하는 모양새입니다. 한국의 개에게서 이런 모습을 보기는 힘들죠. 길에서 사는 동물들에 한해서 보자면 어쩔 땐 고양이가 개보다 살가워 보이기까지 합니다. 떠돌이 개들은 따가운 햇빛을 피할 그늘 아래서 쉬는 것으로 하루의 대부분을 보내며 거의 모든 개가 사람들의 케어를 받지 못해 꾀죄죄한 외양에 좋지 않은 건강 상태를 가지고 있습니다. 필리핀에선 특히 피부병에 시달려 털이 빠진 채 몸 곳곳을 긁는 아픈 강아지들이 많이 보입니다.




한편 필리핀에선 가정집 출신이더라도 그 집안의 가풍에 따라(?) 주인이 허락한다면 집 안과 바깥 생활을 자유롭게 하는 개와 고양이가 많습니다.


앙헬레스 클락의 한인타운인 프렌드쉽 인근에 위치한 임페리얼 풀빌라가 있는 빌리지에서 본 가정집 고양이들입니다. 이 친구들은 밤에 철장 생활을 했지만 낮에는 자유로운 바깥 생활을 하고 있더라고요. 붙임성도 좋아서 산보하고 있는 녀석을 만져주면 애교를 부리며 바로 배를 보여줍니다.


프렌드쉽에 위치한 한 카센터의 고양이입니다. 정말 사람을 좋아하는 친구였는데 너무 짧은 목줄에 묶여서 거의 못 움직이고 있는 모습이 매우 안타까웠습니다.


클락 임페리얼 호텔 옆 구멍가게에서 자주 볼 수 있는 노란색 치즈 고양이입니다. 구멍가게 안팎을 자유롭게 뛰며 드나드는 것을 보아 아마도 이곳에서 키우는 것 같습니다. 사진에서 처럼 고양이는 선반에 항상 앉아있는데요. 사실 선반은 구멍가게 손님과 사장님이 소통하고 돈과 물건이 오가는 창구입니다. 그런 중요한 자리를 이 녀석이 버젓이 차지하고 있네요. 고양이가 저 자리를 본인 지정석으로 너무나 당연하게 여기고 있어 손님이 물건을 살땐 고양이에게 잠시 자리를 비켜달라고 양해를 구해야 할 판입니다.




늘 시크한 표정을 짓고 구멍가게 창구 위에 앉아 있어서 다가가기 어려운가 싶지만 만지면 반겨주는 인간 친화적인 고양이 입니다. 항상 만나다 보니 정이 들어서 이젠 호텔을 들락거리때마다 이 친구가 잘 있는지 구멍가게를 꼭 확인하는 습관이 생겼습니다.






위의 사례들을 살펴보면 필리핀 사람들이 개나 고양이를 별로 안좋아하나 싶지만… 사실 현지인들이 동물을 좋아하는 마음은 한국보다 더하면 더하지 절대 부족하지 않습니다! 필리핀에선 집 없이 사는 떠돌이 동물에겐 많이 무심한 것 같지만 본인이 집에서 키우는 동물들에 대해선 정성과 시간, 돈을 아낌없이 투자합니다. 특히 한 집에 동물이 둘, 셋 있는 것은 기본이고 다섯, 여섯 사는 다견, 다묘 가정이 많은데요. 그 많은 생명들을 책임지는 것이 정말 대단합니다. 그들이 자신의 동물들에게 좋은 것을 먹이고 입히고 유모차에 실어서 좋은 곳에 놀러 가서 산책하는 것은 물론이며 아프면 아무리 비싼 의료비도 망설이지 않고 지불하는 모습을 보면 한국에서 사람들이 반려 동물을 키우는 것과 전혀 다르지 않습니다. 그래서 필리핀에선 길에서 사는 동물과 집에서 사는 동물의 격차가 무척 심하게 느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