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의 수도 마닐라는 세계적으로 교통 체증이 심하기로 유명한 도시이며 도시가 상상초월의 정체 문제로 항상 고통을 받고 있다는 사실은 널리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마닐라의 도로 위에서 차로 2~3미터를 이동하는데 2시간이 걸렸다는 증언과 차의 이동 속도가 워낙 느려서 차도 옆 인도에서 걷는 사람이 자동차보다 더 빨랐다는 목격담까지 이 모두가 사실인 곳이죠. 만약 당신이 마닐라에서의 교통 체증을 직접 겪어보면 문제의 그 심각성을 아주 잘 알게 될 것입니다. 마닐라에 비하면 한국의 출퇴근 시간 서울에서의 교통 정체는 아무것도 아니지요. 마닐라 여행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가면 모국의 비교적 적은 교통량과 효율적인 교통 체계에 감사하게 될 것입니다.




이렇게 마닐라의 교통 체증은 매우 심각하며 이제껏 당신이 다른 도시에서 겪은 정체가 별거 아니란 것을 깨닫게 해줄겁니다. 한편 필리핀에서 마닐라만 벗어나면 정체 문제에서 해방되리란 생각은 착각일텐데요. 마닐라가 아닌 필리핀 내 다른 도시에 가면 정체가 어느 정도 줄어드는 것은 사실이지만 수준급의 교통 체증을 여전히 경험해야 합니다. 지도상에서 마닐라 기준으로 더 북쪽에 있는 도시 앙헬레스를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이곳은 근 10~20년 사이에 도시 인구가 급격히 늘어남에 따라 도로 위 차량이 많아진 반면 도로 인프라는 과거 수준에 머물러 있으며 도로가 전반적으로 비효율적이고 낙후되어 있습니다. 도로의 포장 상태가 좋지 않아 가는 길이 울퉁불퉁 험한 것은 기본이고 차선이 많지 않은 탓에 오직 적은 교통량만 소화할 수 있습니다. 또 도로가 비효율적으로 뚫려있어 직선 거리로 가까운 목적지를 멀리 빙빙 돌아 가야 하는 경우가 많고요. 한국에서와 달리 필리핀 도로 위엔 자동차 뿐만 아니라 트라이시클과 오토바이 자전거까지 온갖 다양한 교통수단이 뒤엉켜 있으니 혼란이 더해집니다. 여기에 필리핀 사람들의 무질서한 운전 매너까지 더해지면 그야말로 지옥이 따로 없습니다. 앙헬레스에선 이 모든 문제들이 한데모여 생기는 심각한 교통 체증을 평일 출퇴근 시간에 주로 경험할 수 있으며 특히 금요일은 어떤 시간에 어딜 가나 차이 막히니 이 날은 차라리 외출을 포기하는 것이 정신 건강에 이롭습니다.
+ 번외편
나라의 풍경을 보면 그 나라 사람들의 문화와 정서를 잘 알 수 있지요. 필리핀에서 도로가 만들어진 모양새와 건물들이 지어진 위치와 형태를 보면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는데요. 이 모두가 체계를 가지고 계획적으로 만든 느낌이 다소 덜해 보입니다. 좋게 말하면 자유분방하고 나쁘게 말하면 무질서하게 느껴기도 하는데요. 오늘은 이 부분을 빌려 그중에서도 필리핀의 교통 문화를 잘 알 수 있는 일화를 소개해볼게요.


처음에 필리핀에서 위와 같은 차가 돌아다니는 것을 보고 제 두 눈을 의심했습니다. 차가 번호판을 아예 안 달고 다니거나 번호판 대신 차 번호를 자필로 적은 종이를 붙이고 다니는 것이었죠. 한국에선 있을 수 없는 일 인데요. 이는 물론 필리핀 사람들이 가진 관용적이고 유도리 있는 정서가 어느정도 반영된 것이기도 하겠지만 아직 인프라 미비로 CCTV나 장비 이용 보단 사람이 직접 검문을 하는 방식으로 차량 관리를 하는 필리핀의 현실이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