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시간 입이 심심해서 근처에 있는 편의점을 갔습니다. 먼저 달지 않은 녹차 한 병을 골랐습니다. 필리핀에서 파는 패트병에 든 차들은 대부분 설탕을 첨가하여 칼로리가 있고 달달한 맛이 많습니다. 이중에서 설탕이 들지 않는 차를 고르기란 항상 힘듭니다. 그리고 곁들여 먹을 것을 찾던중 생소한 과자가 하나 눈에 들어와서 구매해봤는데요. 그 과자가 오늘 소개할 폴보론입니다.
폴보론(Polvoron)은 본래 스페인 안달루시아 지방의 전통 과자로 박력분과 아몬드 파우더를 오븐에 구워 만듭니다. 스페인어 ‘Polvo’는 가루, 먼지를 가리키는 말인데 가루를 뭉쳐 놓은듯한 형상의 이 과자가 잘 바스러지는 속성을 가져서 ‘Polvoron’이란 이름으로 불리게 되었답니다. 이 스페인 전통 쿠키는 스페인이 필리핀을 식민지배하면서 필리핀에도 전해졌습니다. 이후 필리핀 내부에서도 그 나라만의 방식으로 변형을 거쳐 현재 필리핀에서 접할 수 있는 형태의 폴보론이 되었습니다. 참고로 폴보론을 입에 넣은채 폴보론을 세번 말하면 소원이 이루어 진다는 이야기가 전해집니다.
오늘날 필리핀에서의 폴보론은 ‘Goldilocks’라는 필리핀 유명 제과제빵 브랜드의 제품으로 가장 쉽게 접하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처음 접하게 된 폴보론은 ‘HOP(House of polvoron)’ 회사의 제품으로 Goldilocks 보다 더 가격이 비싸지만 고급스러운 폴보론을 만들어낸다는 평이 지배적입니다. 이렇게 운 좋게 맛있는 폴보론을 접하게 되었으니 이제 시식해보겠습니다!



HOP 회사의 폴로론 포장지 겉면 모습입니다. 4가지 맛이 들어있는 버전이네요. 참고로 HOP 사의 폴보론은 크리스피 라이스가 첨가되어 바삭한 식감의 맛, 견과류가 들어간 맛, 녹차맛, 우베맛, 초콜렛맛 등 다양한 맛을 판매 중이라 하니 기회가 되면 다른 맛도 도전해 봐야겠습니다.
칼로리는 과자 3조각당 190칼로리입니다. 밑에 보면 아시겠지만 과자 한 조각이 한입 크기니 결코 적은 칼로리라 할 수 없습니다. 저는 오늘 네가지 맛을 하나씩 맛보다 보니 총 4개나 순삭했습니다ㅠ


상자에서 꺼낸 내용물의 모습입니다. 깔끔한 소분 포장이 마음에 듭니다. 한 상자 안에 4가지 맛이 5개씩 해서 총 20개가 들어있네요.
위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캐슈넛맛(자두색), 쿠키앤크림맛(파란색), 크리스피라이스맛(주황색), 클래식맛(노란색)입니다.


가루를 뭉쳐 놓은 듯한 느낌의 과자여서 바스라지기 쉬워 비닐 포장지를 뜯을 때부터 살살 다뤄야 합니다. 한입 먹을 때마다 가루가 많이 떨어지니 조심히 먹으세요.
폴보론을 입 안에 넣어보면 달지 않고 담백합니다. 꼭 인절미 콩가루 덩어리를 먹은 것 같습니다. 입안에서 연약한 과자의 형태가 바스러져 가루가 되는 한편 입안의 침과 섞이면서 가루가 묵직해지고 입안이 먹먹해지는 느낌이 드는 것이 콩가루를 먹었을 때와 매우 비슷합니다. 과자를 우유나 차와 함께 먹으면 멋진 조화를 이룰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한 가지 아쉬운 점이라면 4가지 맛을 전부 맛봤지만 맛 별 차이가 크게 와 닿지 않았습니다. 좀더 달고 뭔가가 씹히는 쿠키앤크림맛을 제외한 나머지 3가지 맛은 비슷비슷했습니다ㅠ 한국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종류의 과자가 아니기에 처음 이 과자를 접할 땐 당황하실 수도 있고 익숙하지 않은 느낌에 싫어하실 분도 있으실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저는 새로운 식감이 맘에 들었고 온통 달고 짠 필리핀 음식들 틈에서 자극적이지 않은 담백한 간식거리를 발견해 매우 기쁩니다. 새로운 맛을 경험하고 싶다면 꼭 한번 드셔 보시길 추천드립니다. 또 현지 특색이 있는 여행 기념품, 선물로 챙기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 구매 당시 매장에 가격표가 없어서 가격을 확인하지 않고 샀습니다. 지금 인터넷 쇼핑몰에서 확인해보니 한 상자당 대략 150페소에서 240페소 사이로 가격대가 형성되어 있습니다.